
곡성 초반부 살인현장의 한 장면
전기밥솥, 놋쇠 밥그릇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물건들과
시골 할머니댁같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시골집 창고같은 공간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피칠갑과
전혀 익숙하지 않은 주술적인 장치들이 조화를 이루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굉장한 불편함을 이끌어냄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체사진들과 주술적인 장치들이 주는 기묘함과
우리에게 익숙한 동네 경찰이 그 공간에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불편함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공포영화의 장치
순수한 이미지인 어린아이의 노트를 펼치니 그와 정반대인 기괴한 악마그림이 나오며
어린아이가 이러한 그림을 그리는 그 기괴한 행동을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듦
특히 곡성에서는 우리가 초딩때 쓰던 익숙한 알림장을 펼치니 이런 그림이 나와버리니까 이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음

너무나도 평범하고 익숙한 가정집 주방이 이렇게 잔혹한 공간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통해
1차적으로 공포감을 주며
영화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계속해서 뇌리에 남아
2차적으로 공포감을 유지시킴

미드소마 영화 초반부 장면
후반부도 굉장히 기괴한 영화지만, 이 장면도
고어사이트 이잡듯이 뒤져봐야 나올법한 가스흡입 자살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흘러가는 연출은 관객에게 공포스러운 불편함을 유발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초대박을 칠 수 있었던 이유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할 침실에서 3시간 넘게 흔들거리며 서있는 여주인공을 보고있자면
깜짝깜짝 놀래키는 기존 공포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더욱 기억에 남고 일상을 옥죄여오는 공포를 느낄 수 있음

이번에 개봉하는 랑종도 마찬가지
그냥 공포영화처럼 연출했다면 흔하디 흔한 장면 중 하나가 될 법한 것들도
페이크다큐처럼 촬영하여 관객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는 듯 한 느낌을 주며 공포감을 극대화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마찬가지로
CCTV화각을 이용한 연출은 이게 영화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 않고 진짜같다고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을 함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풍의 제사상에
익숙하지 않은 피칠갑이 되는 장면은
곡성과 비슷한 그 굉장한 불편함을 줌
곡성이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데, 그 이유는 뭐 스토리 이해도를 떠나서
이러한 익숙한 공간과 익숙하지 않은 장치들의 조화에서 오는
시각적 불편함을 즐기는가 즐기지 못 하는가의 차이인 것 같음
저런 장면들이 대충 지저분한거 쌓아놓고 케찹 뿌려놓으면 완성되는 것 같지만
맨 위 창고장면 하나 만드는데도 미술감독 휘하 네명이 붙어서 이틀동안 만들었을 만큼
굉장히 만들기 어려운 분위기임
그렇게 만들어진 기괴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점프스케어 장면 하나 없어도 굉장한 공포분위기를 느끼고 오는거고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것보다 점프스케어에 초점을 두는 사람들은
별 븅신같은 영화 하나 보고 오는거고
같은 주온 영화를 봐도
어떤 사람은 샤워하는데 귀신이 머리에 손 올리는 장면을 제일 무서워하고
어떤 사람은 이불밑에서 귀신이 깜짝 놀래키는 장면을 제일 무서워하듯이
위에서 말한 '불편함' 을 즐기나 못 즐기나에서 공포영화 감상의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 같음
'공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포) 남근목을 훔쳐간 남자의... (0) | 2022.03.05 |
---|---|
체험모드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공포게임 (0) | 2022.03.04 |
공포) 한때 잼민이들을 지리게 만든 괴담의 진실 (0) | 2022.03.04 |
[공포] 공포영화 장르의 정수 파운드푸티지 (0) | 2022.03.03 |
현재진행형인 조현병 환자들의 블로그 (0) | 2022.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