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생활을 하는 이상 항상 조심은 해야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평소에 생각해왔기에 처음에는 참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개가 참을 수 있을 수준으로만 짖기도 했고. 그런데 이 개는 무엇이 불만인지 점점 짖는 것이 심해져 갔다.
윗층이 이사를 온지 일주일 쯤 지났을 때가 절정이었다.
그날 따라 주인이 집을 비우기라도 했는지 새벽 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세시간 동안 개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짖어댔다.
결국 그 다음날 나는 참지 못하고 윗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무슨 일로......?"
윗집의 주인은 얼굴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창백한 젊은 여자였다.
키는 여자치고는 꽤 큰 170 중반 대.
방금 전에 샤워라도 한 것인지 허리까지 길게 내려온 머리는 젖어서 늘어져 있었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인데, 개 때문에 왔습니다. 개 키우시는거 맞죠?"
"개요? 개라면 저희 해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귀댁의 해피 때문에 아주 그냥 시발 저는 언해피해서 못살겠습니다.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괜히 처음부터 시비를 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어제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엄청 짓더라고요. 평소에도 심심하면 짖었고요. 최대한 참았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어서......."
"이런......! 죄송해요. 어젯밤에 집을 좀 비웠는데 그 때 저희 해피가 엄청 짖었나보네요. 정말 죄송해요."
여자가 연신 굽신대며 내게 사과를 했다.
펨코 같은 인터넷 커뮤에서 별별 몰상식한 견주에 대한 이야기를 보아왔기 때문에 어쩌면 언성을 높일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잔뜩 긴장을 하고 왔는데 맥이 빠질 정도의 정중한 사과였다.
상대가 이 정도로 굽신댈 줄은 몰랐기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얼굴이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고 무표정한게 좀 걸리긴 했지만.
"아니, 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 그냥 개만 좀 조용히 시켜주시면 되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이런 말을 하자 한참 굽신대던 여자가 몸을 똑바로 하더니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저희 해피가 제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라."
아, 그럼 그렇지. 일이 좀 너무 쉽게 풀린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고 있는데.
"아, 그래! 그냥 해피를 죽여버리면 더 이상 짖지 않겠구나!"
무슨 욕조물이 넘친 것을 본 아르키메데스처럼 박수를 친 여자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
네? 시발. 뭐라고요?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었나 싶어서 벙찐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데,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그녀가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 손에는 흰색 소형견을,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과일을 깎는 데 쓸법한 칼을 들고 나타났다.
"깨갱깽!"
겁에 질린 개가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버둥댔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라 몸이 굳어있는데
푹-,
푹-,
푹-,
처음에는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던 개가 어느새 축 늘어지더니 조용해졌다.
현관은 당연히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런 시발. 이게 도대체 뭐야.
안되겠다. 당장 도망을 쳐서 경찰을 불러......
"해피는 더 이상 시끄럽게 짖지 않을꺼예요."
윗층 여자가 축 늘어진 개를 들어올리더니 해맑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내게 굽신거릴 때도 무표정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사람 표정다운 표정을 지은 것이었다.
확실히 그날 밤부터 윗층에서 해피가 짖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해피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새벽에 개가 짖는 것정도는 우습게 느껴질만한 심각한 문제가 나에게 발생한 것 같았으니까.
푸욱-,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여자가 개의 배에 칼을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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